성장 정체현상 길어지자 체념론 확산…중요한 전도동력 상실 “전도 포기는 그리스도 특명 버리는 일”…적극적 도전의식 시급
전남 함평에서 목회하는 이점호 목사(함평중앙교회)는 얼마 전 목회생활 최대의 감격을 맛보았다. 교회가 개최한 전도집회에 900명이 넘는 이웃주민들이 찾아온 것이다. 함평읍내는 물론 일대 전체를 떠들썩하게 할만큼 대단한 ‘사건’이었다.
사실 집회 전날까지만 해도 모두가 반신반의했다. 읍내라고는 해도 서로 서로가 흉금을 속속들이 아는 좁은 지역사회에서 전도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집회가 열린 당일, 구름처럼 몰려오는 영혼들을 보면서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달 동안 전도집회를 준비하기 위해 공들인 수고, 아니 낯선 타향에서 바친 수 십년의 목회여정이 한꺼번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목이 메이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날 함평중앙교회 전도집회에는 500명의 결신자와 280명의 신규등록자가 나왔다.
누구에게나 부흥에 대한 기대가 있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수고도 있다. 함평중앙교회의 경우처럼 실제로 ‘꿈은 이루어진다’는 감탄사가 터져나올 만한 성공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례는 오히려 ‘예외’로 여겨질 만큼 드문 일이 되고 있다. 그 옛날 평양에서 일어난 대부흥운동, 1974년 전국을 휩쓸었던 전도폭발의 열풍을 경험했던 한국교회이지만 이제는 그 기억조차 아련해 보인다.
지난해 한국교회가 거둔 성적표는 어느 때보다 초라했다. 규모에 있어 한국교회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예장총회가 0.029%, 예장통합이 0.025% 성장에 그치는 등 주요 교단의 2003년 성장률은 인구증가율에도 못 미치며 사실상 퇴보에 가까운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심각한 상황이 예견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인수 증가가 연평균 30∼40%대에서 9.4%로 뚝 떨어진 90년대 초부터 이미 한국교회의 성장 정체현상을 우려하는 수많은 목소리들과 반성이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황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성장 정체를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일종의 체념론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교회 수와 목회자의 수는 아직도 상당한 증가추세임에도 전체교인수는 답보상태, 심지어 하향세로 돌아서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원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도 동력의 상실에서 찾을 수 있다.
적지 않은 수의 목회자들이 전도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잃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부 목회자들은 직접 전도 방식은 아예 포기한 채 갖가지 프로그램과 이벤트로 돌파구를 찾는다. 심지어 국내 목회를 포기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직종 자체를 바꾸는 양상까지 나타난다. 목회자들의 동기 상실은 평신도들에게 그대로 이어진다. 한국교회미래를준비하는 모임(한미준)이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1998년 전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개신교인의 교회활동과 신앙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평소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도활동을 얼마나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열심히 한다는 응답이 4.3%, 어느 정도 하는 편이다는 응답이 23.6%로 나타났다.
반면 별로 하지 못하는 편이다는 응답은 36.8%, 거의 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35.3%로 전체 조사대상 중 72.1% 가량이 전도활동이 부진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특히 응답자의 71.5%는 1년 사이 전도경험이 전혀 없다고 밝혔고, 장로 권사 안수집사 등 교회 중직자를 제외한 일반성도들의 전도경험은 이 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목회자와 일반성도 모두 ‘전도 무력증’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성도들이 전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들로는 불신자들의 불편해하는 반응, 성도들 자신의 신앙적 확신 부족 등 개인 차원의 방해요인도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권성수 목사는 앞서 한미준의 조사 결과를 평가하면서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인 이미지가 부정적이라 하여 전도를 포기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특명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교회성장학의 비조로 불리는 맥가브란 또한 “교회는 때를 얻든지 못얻든지 불신자들로 회개하도록 부르는 것을 최고의 대치할 수 없는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는 계속해서 교회는 잃어버린 자들을 찾는 복음전도를 위한 구조를 개발하며 성도들의 전도훈련에 힘써야 한다고도 제시했다.
가장 바람직한 성장은 오직 전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그의 신념은 성장을 간절히 원한다 하면서도, 성장으로 가는 바른 길인 전도에는 소극적인 교회들에 일침을 가한다.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어린 소년 다윗의 손에 물맷돌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대제국 로마를 무너뜨린 배후에는 사도 바울의 전도라는 ‘미련한 방법’이 있었다. 한국교회는 어떤 무기로 21세기라는 거인에 도전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