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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 공동체의 삶의 자리 찾기
2003-10-23 11:04:42 read : 3575
평택 대학교 홍성국 교수
1. 서론
이 논문은 히브리 서 기자는 인식하고 있는 히브리 공동체의 삶의 자리와 그 자리에서의 이탈의 위험성에 대하여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또한 어떻게 공동체를 제 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하였는가를 분석하는 논문이다. 그러한 작업은 사회학적 이론의 틀을 가지고 히브리서의 내용을 분석함으로 시행될 것이다.
케제만은 히브리서가 신약의 여러 글들 중에서 가장 특이한 글이라고 한다. 가장 특이한 글이지만 "학자들로부터는 최소의 관심만을 이끌어내고" 있는 글이기도 하다. 그 관심도 "예수의 인성과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존엄성이 아주 무겁게 강조되고 있는 기독론의 탐구"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한 탐구는 실은 이 편지의 수신인이 유대인 그리스도인 공동체였을 것이라는 견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견해에 따르면 이 공동체는 지속적인 핍박으로 인해 새롭게 갖게된 신앙을 포기하고 자신들이 나왔던 유대교로 복귀하려고 하는데 이 편지는 그러한 역류를 막기 위하여 쓰여진 유대교와 대결하는 논쟁의 글이다라는 것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그러한 논쟁을 위하여 기독론의 우위성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기독론의 탐구는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 한다.
그러나 13:22절에서 저자는 분명히 이 편지의 의도를 권면의 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이 편지의 신학 특히 기독론은 사실상 이 편지의 권면이라는 모티프로서 작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편지를 해석함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점은 이 편지를 받은 공동체가 권면의 말이 필요했는데 그 권면의 정당화로서 기독론이 두드러지게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논쟁을 위한 기독론의 우위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 서신의 기자에게 있어서 권면의 말은 자신들이 받은바 믿음의 도리를 버리고 (6:1) 뒤로 물러가려는 상황이 발생한 (10:39) 것과 관련이 있다. 다른 말로 말하면 이 공동체의 원래의 삶의 자리에서 이탈하려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이 공동체를 원래의 자리로 회복시키려는 의도로 권면의 말을 하고 있다.
이 공동체의 삶의 자리와 관련해서 쓰여진 히브리서를 생각함에 있어서 두 가지 측면에서 질문을 가질 수 있다. 하나는 원래의 자리는 무엇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탈시키려는 일이 어떻게 나타났는가 라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제 자리를 찾으려는 권면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려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인데, 그러한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어떤 방법을 택할 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어떤 방법을 택할가 하는 문제는 삶의 자리와, 이탈의 문제, 그리고 이를 환원시키는 문제를 총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바로 그렇게 총체적으로 그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방법으로 이 논문은 그에 상응하는 사회학적 이론을 도입하여 분석의 틀로 삼을 것이다.
그런데 삶의 자리와 관련되어 나타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염두에 둘 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것이 사회 실재의 형성과 다른 말로 말하면 제도화와 관련된 사회학적 이론이다. 왜냐하면 이 히브리 공동체의 삶의 자리에 대한 논의는 기독 공동체의 사회 실재화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외에 인지 부조화 이론이나, 회심과 관련된 이론, 그리고 종교적 헌신의 증진, 사회적 실천과 관련된 이론들이다. 이 논문은 여러 가지 사회학적 이론을 적용하여 1. 히브리 공동체의 삶의 자리, 2. 삶의 자리에서 이탈시키는 문제, 3. 삶의 자리 되찾기라는 항목으로 히브리서를 분석하며 결론적으로 위의 분석을 토대로 히브리 공동체의 교회론의 의미와 그것의 현대적 의미에 대하여 개진할 것이다. 이 같은 방법론과 논문의 목적 때문에 이 논문은 히브리서의 텍스트를 자세하게 주석하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텍스트의 의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1. 히브리 공동체의 삶의 자리
히브리 공동체의 삶의 자리를 분석하기 전에 먼저 이 서신서의 수신자로 이해되는 공동체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의 지배적인 견해는 히브리서가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쓰여진 편지라는 것이다. 그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논지를 말한다: 1) 구약의 개념을 인용하여 성경적 확증을 하는 방법은 유대교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전제한다; 2) 구약의 인용의 범위가 너무 깊다; 3) 새 언약과 옛 언약의 비교와 같은 신학적 논증이 또한 그렇다.
그러나 케제만은 "우리의 편지로부터 기독 공동체를 분해시키려는 유대주의자들의 위협 혹은 유대교로의 배교의 위험을 읽는 것은 환상의 결과다"라고 말하면서 이 수신인이 유대주의와 관련돼 있음을 부인하고 있다. 이 편지의 수신인이 이방인 그리스도인이라는 견해는 1836년 로에드 (E. M. Roeth)가 처음으로 발전시킨 견해로서 많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논지는 큄멜에 의해서 다음과 같이 제시되고 있다. 1) 히브리서에서 언급한 성도를 돕는 일과 핍박의 정황이 팔레스틴의 원시 기독교의 정황과 맞지 않은; 2) 팔레스틴 밖의 유대인 그리스도인이라는 가설은 하나님에 대한 신앙 (6:1; 11:6)의 언급과 전혀 맞지 않음; 3) 초기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은 구약의 하나님의 백성에 대한 약속과 축복을 유업으로 받는다고 여겼음; 4) 바울도 이방인 그리스도인인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아주 난해한 구약을 통하여 입증했고, 초기 선교사들도 구약을 그들의 성경으로 사용하였음; 5) 저자가 만일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을 기독교의 기초를 다시 가르치려고 했다면 죽은 행실의 회개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같은 내용은 (6:1f) 부적절하고 오히려 그리스도의 개인적인 사역과 영 안에서의 하나님의 임재에 대하여 언급하였을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히브리서 수신인이 이방인 그리스도인으로 구성된 공동체라고 할 때 이 공동체의 삶의 자리의 문제는 회심을 경험한 이방인들에 대하여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삶의 자리에 대한 분석은 이들의 회심과 관련될 수밖에 없다. 사회학자들은 회심 공동체가 사회 안에서 실재화 되기 위하여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서신에는 이들의 회심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단서를 잡을 수 있는 내용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다만 히브리 기자가 이 공동체의 회심 후에 쓴 편지에서 사용한 제한적인 어휘 (예, 6:1-2) 속에 담겨 있는 암시적인 내용을 통하여 회심과 관련지어 삶의 자리를 제한적으로 논할 수 있다.
그렇듯 제한적이기는 하나 우리는 사회학자들의 이론의 틀을 통하여 회심 공동체로서의 삶의 자리를 살펴 볼 수 있다. 사회학자들의 회심에 관련하여 공통적인 견해는 회심은 사회화를 통해 이미 형성된 세계가 분리의 과정을 거쳐 재사회화를 통한 내면화를 거친다는 것이다. 버거와 룩크만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회심의 실재를 위한 지식 체계 (stock of knowledge) 와 정당화 (legitimation)이며, 사회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정체성의 확립이다. 또한 스노우와 멕카렉은 회심을 사회적 타입 (social type) 에 대한 "사고 세계" (universe of discourse)의 급진적 변화로 이해하고 회심의 경험에는 사회적 타입 에 대한 네 가지 지표가 나타난다고 제안하고 있다: 1) 일대기의 변화--자신의 일대기에 대한 새로운 이해; 2) 해석 체계의 변화--하나의 지배적인 도식에 의한 사건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 3) 세계관의 변화--새로운 의미 체계의 포용; 4) 사회적 역할의 변화--새롭게 형성된 사회적 역할. 이와 같은 틀을 가지고 이 회심 공동체로서의 삶의 자리를 재구성한다.
1.1. 회심 공동체의 실재화 `
회심 공동체가 사회의 실재로 존재키 위하여 생각해야 할 지식 체계는 이들이 회심하기 전에 이들에게 전파된 복음과 관련이 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 복음의 전파자 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4:2). 뿐만 아니라 그는 이 복음의 내용을 구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구원은 처음에 주로 말씀하신 바요 들은 자들이 우리에게 확증한 바니. . ." (2:3). 그런데 히브리서에서의 구원의 의미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히브리서에서 제시된 구원관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대로 칭의와 화목과 관련지어 이해되지 않고, 콜라인에 따르면 "구원은 약속을 향한 순례며 하나님을 향한 여정이다"라는 것이다.
만일 구원이 순례 혹은 여정과 관련이 있다면, 그것은 출발점이 있을 것이다. 전파된 복음은 분명 이 공동체의 출발을 가능케 한 것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그 첫 번째의 출발점을 "그리스도의 도의 초보" (6:1a)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죽은 행실을 회개함과 하나님께 대한 신앙과 세례들과 안수와 죽은 자의 부활과 영원한 심판에 관한 교훈" (6:1b-2)이라고 부연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회심하기 전에는 "사망의 세력을 잡은 자"인 마귀에 일생토록 종노릇하였으며 (2:14), 죽은 행실로 상징되는 거룩하지 못한 삶을 산 사람이었다. 즉 그들은 불의한 사람이었고 죄의 권세 아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비록 율법의 정죄 없이 살았겠지만, 그들의 행위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9:14). 그리고 도덕적 명령을 이루기에 즉 죄를 이기기에 또는 고난을 극복하기에 연약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4:15).
그러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선한 말씀" (6:5)으로 상징되는 구원의 말씀을 들었을 것이다. 그 말씀 속에는 죽은 행실에 대한 회개의 요청이 있었을 것이다. 죽음 후에 부활이 있을 것이며 회개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모든 불의와 죽은 행실에 대하여 영원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들었을 것이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다" (9:27)는 선포였을 것이다. 더 나가서 주의 이름이 선포되는 것도 들었을 것이다 (2:12). 그 이름의 선포 속에는 그가 하나님의 아들로써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하여 같은 혈육을 가지고 왔으며 (2:14), 그가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6:6), 사람의 모든 연약함을 도우시는 분 (2:18)이라는 사실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상에서 돌이켜 살아 계신 하나님만을 믿고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하늘의 부르심도 들었을 것이다 (3:1).
이러한 말씀이 선포되었을 때에 말로만 선포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표적들과 기사들과 여러 가지 능력"(2:4)으로 확증하였다. 어떤 형태로든 성령의 역사도 함께 일어났다. 그러한 신비적이고 초자연적인 역사는 이 전파된 말씀이 내면화됨에 있어서 정당성을 제공하였을 것이다. 그 선포된 말씀이 보통 자연인의 말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그래서 구원의 실재가 하나의 객관화된 실재라는 점이 정당화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그들이 회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회개한 그들은 성령의 역사를 맛보았으며, 양심의 비췸을 얻었으며, 내세의 능력들에 대하여, 그리고 하늘의 은사를 경험하게 되었다 (6:4-5). 그러한 표현들은 회심의 사회적 실재가 그들의 역사 안에서 하나의 실재로 주관적인 의식 속에 받아들여진 내면화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마음에 심긴 법" (8:10)이라는 말로 이해해도 된다.
회심의 실재화와 관련해서 고려해야 할 다음의 것은 정체성의 문제다. 히브리서에서 회심 후의 이 공동체의 정체성에 대한 많은 언급이 있다. 그것들을 분류해 보면, "이미"와 관련된 것과, "지금"과 관련된 것과, "앞으로"와 관련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이미"에 속한 것은 "거룩함을 받은 자" (2:11), "하나님의 자녀" (2:13), "하늘의 부르심 받은 자" (3:1), "하나님의 도성" 에 이르렀음 (12:22). 그리스도와 함께 참예 하였음 (3:14) 그리고 "지금"에 속한 것은 "믿음을 가지고 있음" (10:39), "소망을 가지고 있음" (6:19), "하나님의 백성" (4:9), 하나님의 백성의 회중인 교회를 이루고 있음 (2:12; 12:23), 하나님의 도성을 향해 순례하고 있음 (11:13-26), 그리고 계시를 품고 있음 (1:2; 2:3). 연약하며 죄의 유혹에 넘어갈 수 있음 (4:14; 3:13) 그래서 돕는 은혜가 필요함 (4:16). 끝으로 "앞으로"에 속한 것은 참 안식 (4:3), 구원의 완성 (6:9), 거룩과 완전의 성취, 영광에 들어감 (2:10) 등이다.
1.2. 회심의 지표
위에서 언급한 회심의 네 가지 지표를 가지고 이 회심 공동체의 회심의 지표를 분석하는 것은 이 공동체의 삶의 자리에 있어서 어떤 사회적 타입으로 나타나고 있는가를 재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나타난다. 첫째, 새로운 일대기의 구성이 어떻게 나타났을 가? 둘째, 이 공동체의 새로운 세계관은 어떤 것일 가? 셋째, 이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해석 체계는 어떤 것일 가? 그리고 넷째, 이 공동체의 사회 속의 역할은 어떤 것일 가? 이제 그 하나 하나에 대하여 살펴보자.
첫째, "우리가 시작할 때에 확실한 것을 끝까지 잡으면" (3:14)이라는 표현에서 이들이 회심하였을 때 일대기가 정해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처음에 재구성된 일대기는 회심 후의 정체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위에서 살펴본 정체성과 관련지어 이들이 재구성한 일대기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이미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으니, 그리고 하나님의 계시를 품고 소망이 이루어질 때까지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도성을 향하여 순례의 길을 간다는 것이다. 그 목적지에 도달하면 구원과 거룩의 완성은 물론 영광의 자리에 들어가 영원한 안식을 누린다. 이렇듯 과거와 분리되어 새로운 공동체 내에서의 새로운 일대기를 구성한다는 사실은 의식과 관련한 언어 즉 "통과 의식"인 "세례" (6:2)라는 말이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렇게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 공동체가 속해있는 지배적인 사회 속에서의 주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새로운 세계관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이 가졌던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우리에게 단서를 주는 것은 "죽은 자의 부활과 영원한 심판에 관한 교훈" (6:1b-2)이다. 이것이 초보에 속한 교훈이었고 이들은 이 초보 위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가졌을 것이다. 즉 죽은 후의 세계가 존재하며, 죽음 후에 부활이 있고, 죽음 전의 삶에 대한 심판이 있다는 것이다.
셋째, 새로운 해석 체계는 무엇이었을까? 이들에게 있어서 자신과, 주변과 세계를 해석하는 체계는 율법의 체계 혹은 은혜의 체계 같은 것이 명료하게 들어 나 있지 않지만 이 공동체가 이 편지를 받기 전의 삶의 양태를 보여주는 6:9-10; 10:32-34; 12:4에서 유추해 낼 수가 있다: "그의 이름을 위하여. . .끝까지 소망의 풍성함에 이르러 게으르지 않고 믿음과. . ."(6:11-12); "더 낫고 영구한 산업 [소유]" (10:34); "너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10:36); "너희가 죄와 싸우되" (12:4). 위에서 언급한 말들을 종합해서 보면, 이들은 하나님의 뜻의 관점이며, 죄가 계속 그리스도인들을 쓰러뜨리려고 한다는 것과, 하나님을 믿는 신앙의 원리 그리고 앞으로 있을 더 나은 소유에 대한 소망이라는 관점에서 자신들과, 주변과, 공동체의 삶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넷째, 이들이 재구성한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에게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회심 공동체로서의 역할은 형제 사랑 (6:10)과 고난의 큰 싸움을 견뎌냈다는 것이다 (10:32).고난에 동참하여 견디는 것은 그리스도의 고난과의 연대감을 드러내는 것이며, 형제 사랑은 하나님의 권속으로서의 연대감에 의해서 생기는 지고의 도덕적 행위이자 종교적 명령이기도 하다. 초기 기독교 운동이 진행되던 당시의 정황을 볼 때, 형제라는 어휘는 가족과 관련된 용어인데 다른 공동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그래서 이 기독 공동체를 다른 공동체와는 달리 연대성을 강조하는 어휘다. 그리고 이 어휘는 회심의 재사회화를 지칭하는 어휘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의 역할은 공동체의 구성원 사이에 있는 애정적 결속 (affectionate bond)에 의해서 생기는 재사회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고난의 의미와 그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하나님의 권속이라는 연대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히브리 공동체의 삶의 자리에서의 이탈의 위험성
지금까지 히브리 공동체의 원래의 삶의 자리에 대하여 논하였다. 그런데, 이 서신에서 그토록 많을 양을 차지하며 집중되는 기독론,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빈번한 경고, 그리고 여러 가지 권면 등은 이 공동체의 삶의 자리에서의 이탈의 문제와 관련한 상황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공동체가 처해 있는 상황을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이 공동체 내에 무엇인가가 생겨서 이 공동체가 원래의 삶의 자리에서 이탈하려고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말해주는 표현들은 특히 이 서신에서 반복되는 경고들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예를 들면, 떠내려감에 대한 경고 (2:1), 처음에 잡은 것을 버림에 대한 경고 (3:14), 죄의 유혹으로 강퍅케 되어 하나님을 불순종에 대한 경고 (3:12), 안식에 들어가지 못할 자가 있음에 대한 경고 (4:1), 타락에 대한 경고 (6:6), 언약의 피를 욕되게 함에 대한 경고 (10: 29), 믿음을 등지게 될 가능성과 배교에 대한 경고 (10:39), 뿌리가 나서 사람들을 유혹함에 대한 경고 (12:15) 등이다.
문제는 이 공동체가 이전에는 고난을 잘 참고 견디었으며, 사람들에게 조롱 거리가 되었고, 재물을 빼앗기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았었는데 (10:33-34), 왜, 위에서 말한 배교라는 위험선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단서들이 히브리 기자가 13장에서 권면한 내용 속에 잘 나타나 있다. 그 권면들은 혼인과 관련된 성적 문제 (13:4), 경제적인 문제 (13:5), 그릇된 교리 (13:9a), 음식과 관련된 문제 (13:9b), 지도자와의 갈등 (13:17) 등이다.
이 권면의 내용과 관련하여 조금 더 자세하게 분석하기 위하여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을 적용한다. 이 이론은 어떤 개인의 또는 사회의 인지의 영역 안에 두 개의 상충하는 요소가 있으면 부조화가 일어나며 그로 인해 긴장의 발생이 생기며 그것이 증가하면 변절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상충시키는 두 개의 요소에 대한 원인은 논리적 불일치, 상반하는 문화적 관습과 견해, 구룹 간의 불일치의 표출, 기대치 않은 사건의 발생 등이다.
2.1. 논리적 불일치와 관련해서 생기는 인지 부조화
는 공동체 내에 이전의 가르치던 사람의 가르침과 (10:7) 다른 그리고 이상한 내용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10;9a). 이들이 어떤 내용을 가르쳤는지 히브리서는 알려주고 있지 않다. 그러나 문맥상 그리고 전체의 히브리서의 집중적인 기독론의 전개는 최소한 두 가지 면에서 그릇된 가르침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음식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릇된 기독론에 따른 구원론에 관한 가르침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첫째로, 음식과 관련해서, 레인 (Lane)은 "마음이 은혜로써 굳게 함이 아름답고 식물로써 할 것이 아니라"의 문맥상 그 가르침은 은혜의 수단이 아닌 제물로 드려진 식물의 수단을 통한 마음의 굳게 함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로, 기독론과 관련지어 그릇된 가르침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히브리 공동체가 당면한 상황이 배교의 상황이었고, 그 배교는 기독론과 관계되어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히브리서 기자가 그토록 기독론을 강조하고 반복해야 했는지 히브리서 전체에서 다른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 이 같은 내적 이유에 덧붙여서 고려해야할 점은 초기 기독교 운동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초기 기독교 운동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기독론과 결과적으로 구원론에 대한 그릇된 가르침 즉 유대적 율법주의에 대하여 강조하는 기독교인 유대 주의자들이 편만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히브리 공동체에도 그 같은 가르침이 침투해 들어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히브리 공동체에는 분명 자신들이 처음에 들었던 은혜의 수단과, 구원의 근원인 기독론과 이 서신을 받았을 때에 듣고 기울이고 있는 가르침과 인지 부조화가 생겼을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갈등이 생겼을 것이고 그 갈등은 그들의 신앙 생활 또는 윤리적 생활에 있어서 모든 토대를 흔들어 놓았을 것이다. 그들이 새롭게 구성한 세계관, 해석 체계, 역할 그리고 일대기에 대하여 회의하게 되었을 것이다.
2.2. 문화적 관습과 견해에 따른 인지 부조화
의 문제는 혼인의 문제, 물질의 사용 문제, 그리고 죄의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회심한 이후 소망 때문에 물질도 빼앗기는 것도 감수하고, 옥에 갇히는 핍박도 받았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었다. 그러한 모든 것은 신성한 행위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신앙적 표준이 흔들림은 다른 지금까지의 그 같은 삶의 가치에 회의를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그들의 문화는 제한된 물질 (limited good)세계에서의 물질 보존이 필수적이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물질을 빼앗겨야 했다는 사실은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며 긴장을 일으켰을 것이다. 혼인과 성적 탐익에 관한 문제 역시 그러한 문화적 측면에서 갈등의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죄의 관념 역시 그들의 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갈등의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2.3. 그룹원 간의 불일치의 표출로 인한 인지 부조화
의 문제는 히브리서에서 분명하게 지도자와의 갈등 (13:17)에 의하여 생길 수 있는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 결과는 공동체 안에 불화 (12:14)의 가능성과 그것의 파급 효과로서 쓴 뿌리로 비유되는 악의의 확산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현상은 이 공동체의 연대감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고, 연대감의 붕괴는 믿음과 소망에 대한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그들이 받는 고난의 정당성에 대한 회의가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2.4. 기대치 않은 사건의 발생으로 인한 인지 부조화의 문제
는, 고난의 큰 싸움 (10:32)으로 상징되는 핍박과, 죄와의 싸움 (12:4)이 있다. 초기 기독교회의 가장 중요한 기대중의 하나는 예수님의 임박한 재림 사상이었다. 그러한 기대는 당면하고 있는 고난에 좌절하거나 낙망하지 않고 견디어 나가게 하는 큰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임박한 재림이 현실화되지 않았을 때 그것은 두 다른 인지 요소일 밖에 없고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고난과 싸워 나갈 동기가 상실되었을 것이고, 그러한 동기의 상실은 죄와의 싸움에서도 의미 부여를 하는데 실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상에서 논의 한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 공동체는 기독론에 대한 다른 가르침으로 인해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회심자들로써의 네 가지 지표를 다 상실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하여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그로 인해 이들에게는 고난의 정당성에 대한 회의, 죄와의 싸움에서 후퇴, 소망의 상실, 목적지에 대한 회의, 그리고 공동체 안에 연대성의 붕괴와 함께 실족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이들의 신앙 생활의 토대인 사회적 기반이 무너지게 될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3. 되찾으려는 삶의 자리
지금까지 히브리 공동체의 삶의 자리에서 이탈시키는 요소와 위험성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히브리 기자는 그러한 이탈을 배교의 위험이라고 하였다. 그러기에 이 공동체가 그러한 위험에 빠지지 않고 원래의 삶의 자리를 되찾아 이 공동체로 하여금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게 하려고 이 편지를 썼다는 점을 이미 지적하였다. 그러나 히브리서 기자는 경고와, 주석과, 권면을 통하여 원래의 삶의 자리를 되찾고자 노력으로 끝나지 않고 처음에 이들에게 명료하게 제시되지 않은 많은 점들을 명확하게 발전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기독론에 대한 인지부조화의 문제에 대하여 히브리서 기자는 집중적으로 기독론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것을 압축하면, 대제사장, 하나님의 아들, 육체를 쓰고 오신 분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육체를 쓰고 오신 예수가 고난을 받았으며 그 고난을 순종함으로 통과하여 완전하게 되었고 영광의 아들의 자리를 다시 회복하였다는 것이다. 이곳에서의 기독론은 창조로부터 구속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예수의 역할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예수는 계시의 선포자, 창조의 수행자, 피조 세계의 유지자, 죄의 구속자, 구원자, 그리고 심판자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예수의 대제사장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죄를 정결케 하는 일 (1:3)과 죄를 없에려는(9:26)목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대제사장은 하나님의 백성과의 관계 즉 연약한 자를 돕는 자로서의 역할을 말한다 (2:17-18; 4:15-16). 예수의 죽음과 고통은 죄의 권세인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든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함이다 (2:14-15). 죽음을 대제사장과 하나님의 백성과의 관계성 특히 연대성 (solidarity)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기독론에서 히브리서 기자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바는 지상에서의 고난 중에도 앞에 있는 영광을 바랐기 때문에 순종함으로 승리, 완성, 정복, 그리고 하늘의 영광의 자리로의 승귀까지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2:9; 5:7-9). 그러한 믿음에 의한 순종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실상과 바라는 것에 대한 증거를 선험하고 예시하고 있다. 히브리서 기자의 그 같은 기독론의 주석은 기독론에 대한 인지부조화를 일시에 제거하며 동시에 히브리 공동체가 당면하고 있는 다른 모든 인지 부조화의 요소와 함께 배교로 지칭되는 이탈의 문제를 해결하는 신학적 접근이다. 그가 죄를 없이 하고 살아 계신 하나님과 사귀게 하기 위하여 사람들과 같이 되고 모든 고난을 받았다고 하는 사실은 그들의 고난과 희생과, 죄와의 싸움에서 딸아 갈 수 있는 발자취를 남긴 것이다라는 주장이다. 반면 그가 대제사장으로 남아있다고 하는 사실은 그처럼 딸아 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가 아들이라도 순종함을 배워서 온전케 되었다"고 영광으로 승귀하였다는 말은 순종하여 고난을 통과하면 영광이 온다는 종말론적 믿음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러므로 예수도 자기 피로써 백성을 거룩케 하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느니라 그런즉 우리는 그 능욕을 지고 영문 밖으로 그에게 나아가자" (13:12-13)라는 권면은 이 공동체로 하여금 예수의 구속사역과의 연합을 말함으로 그들의 궁극적 역할 (master role)을 고난과 관련지어 재정립하고 있다. 공동체 내에 생긴 갈등과 불화의 문제는 "양의 큰 목자이신" (13:20) 예수를 궁극적으로 딸아 가는 양의 무리라는 개념에서 참 지도자 상의 제시와 또한 그를 향한 궁극적 목표 제시 속에서 연합을 이룰 때 극복되어지는 문제인 것이다. 기타 다른 인지 부조화의 요소들도 이 같이 기독론의 확립에 의하여 본질적 해결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기독론 말고도 히브리서 기자는 그들의 배교의 위험성에 대하여 적극적인 권면과 소극적인 경고를 하면서 제 자리로 옮겨 놓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 권면들은 처음에 시작한 것을 붙들라는 것 (3:14), 안식에 들어가기를 힘쓰라는 것 (4:11),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가야 할 것 (4:16), 완전한데 나아갈 것 (6:2), 믿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 (10:22), 죄를 벗어버리라는 것 (12: 1) 등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권면과 소극적인 경고 외에도 히브리서 기자는 거룩한 형제 (3:1), 하나님의 백성 (8:10), 우리가 그의 집 (3:6) 과 같은 분리된 공동체라는 꼬리표를 (labeling) 달아 줌으로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확립을 시도하고 있다. 더 나가서 믿음의 위대한 용사들의 믿음을 열거하면서, 이 공동체의 믿음의 순례를 위한 구름같이 둘러싼 증인들이라고 한다 (12:1). 그러면서도 히브리서 기자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들의 그 같은 믿음조차도 히브리 공동체 없이는 온전함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메시야적 완전을 역사 안에서 경험하기 전에는 그러한 구원의 완전함은 그들에게 단지 약속으로만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구속사의 파노라마에서 이 히브리 공동체의 위치를 그렇게 설정해 놓고 이 공동체를 자기 자리에 놓으려고 하는 노력이다.
이제 자리 찾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종교 행위에 관한 문제다. 종교 행위는 종교적 실재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종교적 실천 (religious involvement)을 말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말하면 제도화된 종교라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련하여 현대의 많은 사회학자들이 나름대로의 모델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 중에서 힘멜파아브 (Himmelfarb)의 모델이 모든 종교적 실천에 관한 모든 내용을 다 포용하고 있기 때문에, 히브리 공동체가 제 자리를 잡고 회심 공동체로서의 실천의 부분을 분석하는 모델로 수정하여 받아들인다: 1) 신앙적인 것과 관련한 것; 2) 공동체적인 것과 관련한 것; 3) 윤리적인 것과 관련한 것.
첫째, 신앙적인 것과 관련지어서 히브리 기자가 이 공동체가 실천해야 할 것으로 가장 중요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은 경건성과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예, 12:28). 심판에 대한 대비 (12:23), 하나님의 거룩성을 좇으며 (12:14), 하나님께 믿음으로 나가며 (4:16; 11:6), 하나님의 안식에 들어가기를 힘쓰라 (4:11), 그리고 소망을 하나님의 도성(13:14)에 두라는 하나님 중심적인 삶을 요청하고 있다. 예배적인 삶은 하나님을 찬미하는 것이며, 그것의 목표는 예수의 이름을 증거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13:15).
둘째, 공동체와 관련된 것은 전 공동체 원이 하나로 연대를 이루어 사랑과 선한 행위를 하도록 격려하며 (10:24), 부지런하게 서로를 섬기며 (6:10), 연약한 자를 세우며 (12:13), 그리고 지도자의 지도력에 (13:17) 순복하여 제사장적 사명을 감당하며 순례의 길을 완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공동체의 온전 (wholeness)과 질서의 유지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셋째, 윤리적인 것과 관련된 것은 기독론과 하나님께 대한 기본 자세와 공동체의 정체성에 따른 주로 공동체의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의 상호간의 윤리적 면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재림에 대한 목표를 가지고 살며, 연합하여 죄와 싸우며, 인내와 소망을 가지고 나가며, 지공동체의 최소 단위인 혼인의 온전함과 질서 유지, 그리고 공동체를 부정하게 하는 물질욕과, 사람들에 대한 주의, 지도자는 모범을 보이고 피 지도자는 그 모범에 순종하여야 하는 윤리적 삶을 말하고 있다. 사회내에서의 윤리에 대하여는 거의 말하는 것이 없다. 단지 공동체의 사회 속에서의 제사장적 역할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13:13). 제사장적 역할에 있어서 공동체의 연합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윤리적 삶은 단독의 힘으로 온전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는 하나님의 내재에 의한 것이다 (13:20).
결론
이상에서 본 논문은 히브리 공동체의 자리 찾기의 문제를 사회학적인 이론의 틀로서 분석하였다. 히브리서에서 반영되고 있는 이 공동체의 원래의 자리에 대하여, 이탈의 원인과 위험성에 대하여, 그리고 자리 찾기에 대하여 본문에 나온 내용을 분석하여 재구성하려고 노력하였다. 이제 그 같은 노력의 결과로써 얻어지는 의미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보고, 그러한 의미가 오늘의 기독교회에 대한 적용을 생각해 보고 이 논문의 끝을 맺으려 한다.
첫째, 히브리 공동체는 회심 공동체로서의 정체성과 그에 따른 지표들이 나타난다. 요약하면 이미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고, 하나님의 계시를 품고 있으니 소망이 이루어질 때까지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도성을 향하여 순례의 길을 가는 공동체로서, 그 앞서 가신 예수와의 연대를 완성하여야 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둘째, 그러한 공동체를 삶의 자리에서 이탈시키려는 요소가 발생하였는데, 그것은 교리적인 측면과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생긴 요소라는 것이다. 교리적인 측면에서는 그릇된 기독론에 따른 그릇된 구원론이었을 것이다. 그같은 요소는 히브리 공동체의 신앙 생활, 윤리적 생활에 있어서 모든 토대를 흔들어 놓았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고난의 정당성에 대한 회의, 죄와의 싸움에서 후퇴, 소망의 상실, 목적지에 대한 회의, 그리고 공동체 내의 연대성의 붕괴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셋째, 배교의 위기로 가는 히브리 공동체를 제자리로 돌이키기 위해 히브리 기자는 지상에서의 고난 중에도 앞에 있는 영광을 바랐기 때문에 순종하여 승리, 완성, 정복, 그리고 하늘의 영광의 자리로 승귀한 기독론을 강조함으로 이 공동체의 문제를 신학적으로 해결하며 동시에 예수의 대제사장직을 강조함으로 구속사의 파노라마에서 예수의 역할과 고난받는 공동체와의 연대성 및 중보자로서의 역할도 제시된다.
넷째, 이 서신에는 많은 권면과 경고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이 공동체의 정체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그에 따른 역할을 재확인시키므로 처음에 세워놓은 일대기에 따라 계속 순례의 길을 가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다.
다섯째, 이 공동체는 하늘의 거룩한 부르심을 받은 거룩한 공동체로서 이 사회 속에서의 제사장적 역할 즉 예수의 구속의 완성을 위한 사역에 동참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인데 그것을 위하여 공동체원의 연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끝으로 이 같은 히브리서에서 제시한 공동체의 정체성과 역할은 현대의 기독교회들에게 있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갖게 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과연 거룩한 분리된 공동체로서의 삶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 과연 우리의 일대기는 주님의 재림과 그에 따른 심판이라는 세계관에 맞추어서 구성되어 있는가?; 우리는 제사장적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는가?; 우리의 기독론은 제대로 우리의 신앙 생활과 윤리 생활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가?; 우리의 예배는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열매로 연장 혹은 연결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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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기독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