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한 해 미국에서 750만권의 책이 팔리고 40개 언어로 번역된 『다빈치 암호』(The Da Vinci Code)의 저자인 댄 브라운(Dan Brown)은 미국 TV 인터뷰나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쓴 소설이 예술적 이론을 제공하고 기독교 신앙에 대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450페이지와 105장에 이르는 잘 양장된 이 책 안에서 지금까지 로마 카톨릭 교회가 수세기동안 사람들을 속였다는 주장을 시작한 저자는 철저하게 연구하여 믿을 수 있는 증거들을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브라운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고 호헌장담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15여명에 이르는 정통 기독교 저자들은 그의 주장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만약 브라운의 책이 단순히 소설이라면 위와 같은 저자들이나 기독교인들은 무관심을 가질 것이지만 그는 초기 기독교 역사와 연관된 이야기들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도전하고 있고 역사적 진실을 터무니없게 왜곡하고 있다. 이 책은 위증적, 가공적, 그리고 허위적 오류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묘사한 것이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다 하겠다.
또 브라운은 단순한 소설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작품에서 교회사만 아니라 성경의 진리를 하나씩 허위적으로 유포하고 있으며 마치 사실인양 포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초대교회 기독교 저자들도 이단들이나 영지주의자들에 대해 기독교 진리를 변호하고 항변했던 것처럼 우리도 진리를 왜곡하는 방법을 예술을 통하여 행할 때 반드시 대응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1. 내용 요약
『다 빈치 암호』는 먼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관리자의 살인자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고대 기호들에 대한 전문가이며 이 책의 영웅으로 묘사되는 로벗 랭던(Robert Landon)은 하버드 대학교 상징학 교수이다. 그는 사건 현장에 도착하여 죽은 관리자가 남겨놓은 실마리들을 접하게 된다. 그런 후, 랭던과 살해된 관리자의 손자이며 암호 해독자이기도 한 소피 느보(Sophie Nevue)는 살인자를 좇기 시작한다. 한 편 그들은 랭던을 살인자로 의심하는 파리 경찰과 은둔한 로마 카톨릭 종파인 오푸스 데이(Opus Dei)에서 일하는 백피증 증세를 가진 암살자를 교묘히 피해 다녀야만 했다.
랭던과 느보는 관리자를 살해한 자가 기독교가 생성된 2,0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파헤치려는 어떤 비밀적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사실을 밝히는 백만장자 역사학자이고 불구자인 레이 티빙(Leigh Teabing)에게 찾아가 실마리 배경에 있는 사실들을 들려달라고 간청한다. 티빙은 역사가이며 랭던의 친구이기도 했다. 티빙에 의하면, 예수님은 단순히 다윗의 자손에 불과하며 “거룩한 여성”(sacred feminine)라는 종교를 창설하고 이스라엘을 주도하는 왕권의 천명을 염원했던 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유대 권좌를 주장하는 자신의 의도에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막달라 마리아라는 여인을 자신의 아내로 취하여 자녀를 낳아 자신의 꿈을 이루어갔다. 그들 부부의 후손들 가운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들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예술 작품에 예수님과 마리아의 결혼 그리고 그들이 설립했던 여신 종교를 새겨놓았던 것이다. 그것을 가리켜 “Da Vinci Code” 즉 “다 빈치 암호”라 부른다.
그 소설에 따르면, 4세기 교회는 초기 기독교에 있었던 여권주의적 메시지를 지지하고 “거룩한 여성”을 고백했던 모든 자들을 이단자들로 선포하고 마녀사냥이라는 미명아래 진멸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지극히 주교적이며 결혼을 증오하는 로마 카톨릭 교회의 핍박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과 막달라 마리아 두 사람의 후손들과 그 진리를 신뢰했던 사람들은 1099년 예루살렘에서 ‘시온의 수도회’(Priory of Sion)라 부르는 비밀 형제단을 결성했다.
그들의 지도자는 갓프리드(Gottfrid of Bouillon)이었다. 이들의 목적은 그리스도 이후 갓프리드 조상들에게 전해주었던 위대한 비밀을 보존하는 일이었다. 예루살렘에 있는 폐허된 성전 밑에서 발견된 문서들은 이 비밀을 확증했다. 이것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어려움들을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도회는 현재까지 생존했다. 메이슨 랏지(Masonic Lodge)는 그 중에 하나이다.
수년 동안 시온의 수도회는 예수님과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진리를 성배(Holy Grail) 전설을 통해 전달했다. 성배는 일상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거룩한 잔(chalice)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의 태가 왕권의 혈통을 담고 있는 그릇, 즉 “잔”이라 주장한다.
살해당한 박물관 관리자는 바로 그 시온의 수도회에 속한 자였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과 막달라 마리아 후손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남겨 놓은 실마리들은 다 빈치의 작품들을 해석할 수 있는 주요한 열쇠를 포함하여 자신의 손녀가 예수님과 막달라 마리아의 후손이었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주려는 것과 관련을 맺고 있었다.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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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 40개 언어로 번역돼 1000만부 넘게 팔려...
[조선일보 김태훈 기자]소설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Dan Brown) 열풍이 세계적으로 대단하다.
지난해 3월 나온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는 40개 언어로 번역돼 1000만부가 넘게 팔리면서 ‘어른들을 위한 해리 포터’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다 빈치 코드’로 혜성처럼 등장한 댄 브라운(38)이 그리는 소설 세계는, 눈앞에 보이는 것들은 거짓이고 현실 밖에 진짜 세계가 있다는 영화 ‘매트릭스’의 세상, 혹은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지 모른다’는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이 은유하는 세상과 맞닿아 있다.
댄 브라운의 소설은 “이 세상은 거짓 음모로 가득차 있으니 독자는 내가 폭로하는 진실을 믿으라”고 말한다.
댄 브라운의 두 소설은 몇 가지 공통의 열쇠를 품고 있다. 먼저 박학다식하며 멋진 남자 주인공이다.
톰 클랜시의 라이언 국장을 연상시키는 하버드대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은 뛰어난 지성과 통찰력으로 얽히고 설킨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사건에 연루된 여주인공들 역시 지적인 암호해독 전문가이거나 성적 매력이 넘치는 정보분석가 등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의 소설을 더 매혹적으로 만드는 것은 과학과 문화·예술·종교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엮어가는 사건과 이야기다.
중세 이래의 기독교 비밀조직과 반기독교 세력, 현대의 권력자들 사이로 종횡무진하면서 음모론과 전문 지식을 솜씨 좋게 버무려 독자들을 자극한다.
이 같은 소재는 이미 움베르토 에코가 ‘푸코의 진자’에서 다루었지만, 댄 브라운의 소설은 좀더 대중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다 빈치 코드’에서 작가는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으며, 두 사람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다고 폭로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 오른쪽에 앉아 있는 이가 바로 예수의 아내인 막달라 마리아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예수 이미지는 기독교 교회가 1000년에 걸쳐 조작한 허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다 빈치가 그림 속에 숨겨 놓은 암호를 하버드 대학교의 로버트 랭던 교수가 푸는 방식으로 역사 추리를 전개한다.
‘다 빈치 코드’의 성공 이후 댄 브라운의 전작들도 뒤늦게 뜨고 있다.
2001년 나온 ‘천사와 악마’는 처음 출간 당시 2년 동안 1만여권이 간신히 팔려나가는 데 불과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독자 서평만 1000건을 넘게 받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의 첫 스릴러 작품인 ‘디지털 포트리스’(Digital Fortress·1998년)도 뒤늦게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다.
댄 브라운 열풍이 거세지자 그의 ‘진실 뒤집기’에 대해 종교계의 반응도 뚜렷하다.
미국에서는 가톨릭 교인들이 종교학자들에게 “댄 브라운의 말대로 예수가 정말로 결혼해 자녀를 두었는지 밝혀달라”는 강연 요청을 했는가 하면, 이 책에서 사악한 종교집단으로 매도된 오푸스 데이(Opus Dei)라는 가톨릭 단체는 ‘다빈치 코드 가톨릭 교회, 그리고 오푸스 데이’라는 해명자료를 웹사이트에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시중에는 ‘다빈치 코드 깨부수기(Breaking the Da Vinci Code)’ 같은 반박 저술에서부터 “하버드에는 기호학 교수가 없다”는 독자의 항의까지 다양한 반응이 등장했다.
‘다 빈치 코드’에서 기독교 교회 초기의 역사가 진위 싸움을 벌였다면 ‘천사와 악마’에서는 종교와 과학이 날카롭게 대립한다. 작가는 첨예한 대립각을 설정하지만, 독자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다그치지는 않는다.
‘천사와 악마’에는 만(卍)자처럼 뒤집어 놓고 보아도 똑같은 문자, 즉 앰비그램(ambigram)이 등장한다. 어떻게 보아도 똑같은 모양이 되는 앰비그램은 사실과 허구가 불분명한 작가의 소설 세계, 더 나아가 삶 자체가 거대한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철학적 사유의 세계로까지 독자를 끌어들인다.
국내에서도 ‘다 빈치 코드’가 50만부 판매를 돌파한 가운데, ‘다 빈치 코드의 진실(예문)’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루비박스)’ 등의 해설서가 잇따라 번역, 소개되고 있다.
■ 댄 브라운은 누구?1998년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까지 영어교사로 활동했다. 한때 지능지수 148 이상의 천재들 모임이라는 멘사(Mensa) 회원이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캘리포니아에서 작사가와 피아니스트·가수 등으로 활동했고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음악활동을 하며 미술사를 공부하기도 했다.
‘다 빈치 코드’에서 전개되는 치밀한 암호풀이, 종교와 미술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은 이 같은 성장 배경과 명민한 두뇌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