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 날 예쁘고 늘씬하게 생긴 한 여학생이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그 여학생은 심각한 자기혐오증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자신의 외모는 추하기 이를 데 없으며 자신의 삶은 지저분하게 저주스러운 인생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몇 년 전 자살하기 위해서 동맥을 끊었던 자국이 아직도 가녀린 손목에 확연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녀는 알콜중독증의 아버지와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로 말미암아 온갖 고난을 거치면서 여러 기관을 전전하며 고아처럼 자랐습니다.
그녀의 가정환경에서 야기된 이러한 고통은 그녀의 삶을 어릴 때부터 수없는 외적인 고통과 내면의 불안, 그리고 사랑의 탯줄에서 소외된 아픔을 겪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고통과 내면의 상처는 끊임없이 몰아쳐 오는 거대한 파도 같은 현실 앞에서 자신의 무기력을 설명해 주는 근거가 되었고 자신의 약점과 무가치한 존재라는 확신만을 끊임없이 키워주는 산실과 같은 역할을 하였습니다.
사실 그녀는 어느 누구 못지 않게 깨끗한 피부와 여성미를 갖추고 있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신앙을 붙들어 타락의 구렁으로 빠져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미래를 준비하는 꿋꿋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어느 것도 자신에겐 인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칭찬을 해 주면 그것은 단지 예의로 그냥 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다고 확신했으며 자신은 지방대학에 다니고 있기에 수치스럽고 열등한 존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수개월에 걸친 상담의 과정을 통해 그녀는 그녀의 과거 고통이 그녀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진흙탕 같은 환경 속에서도 현재의 자신이 된 것이 얼마나 기특하고 용기 있는 일인지를 인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점점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고 그녀의 정서적 고통은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으며 한 그룹의 리더로도 창의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우리를 괴롭게 하는 많은 것들의 요인은 자기에 대한 무가치감이나 지나친 열등감 더 나아가 자기혐오감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러한 정서는 자신의 장점이나 객관적인 자기에 대해서 전혀 볼 수 없게 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장점조차도 단점으로 생각하는 인지왜곡을 일으키게 합니다.
모든 인간은 장점과 단점을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아니 경우에 따라서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장점도 될 수 있습니다. 장점도 지나치면 단점이 됩니다. 장점만이 아니라 단점과 자신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많은 흠집이 있는 자신이지만 ‘나’라고 하는 존재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소중한 존재입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13장에 보면 천국에 대한 비유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 천국은 마치 진주를 찾는 장사와 같아서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서 그 진주를 산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진주는 다름 아닌 천국이고 이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을 뜻하고 있습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십자가에 못박으시기까지 모든 것을 아끼지 않으시고 얻으시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흠 많고 결점투성이인 인간들입니다.
인간 편에서 볼 때 가장 소중하고 값진 것이 천국이라면 하나님 편에서 볼 때 가장 소중한 것이 바로 나 자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사야서 43장 4절에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내가 너를 보배롭고 존귀하게 여기고 너를 사랑하였은즉”하여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자신이 인정하든지 인정하지 않든지 하나님께서 주신 객관적인 자기 자신은 소중한 존재인 것입니다. 이것을 알게 되고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자기 안에 있는 하나님께로 부여받은 귀중한 재능과 가능성을 보게되고 가치 있는 존재답게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창조주 하나님의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을 키워야겠습니다.
외모과 가정형편, 물질의 기준에 입각하여 타인과 비교해 얻으려는 자존감 (Self-esteem)은 끊임없이 우리를 낙망과 무가치감의 나락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창조하였고 독생자까지 내던져서 얻고자 했던 진주 같은 존재임을 아는 진정한 자존감 (Christ-esteem)은 자신의 삶을 날마다 새롭게 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안목을 열어줄 것입니다.
내 과거, 내 상처, 내 결점이 나를 짖눌러 올 때 가슴을 활짝 열어 세상을 품는 심호흡을 크게 하쉬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이 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