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대 교회의 성탄절 풍속도 2003-10-02 12:39:00 김승태 한국 초대교회의 선교사들과 한국인 신자들은 성탄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개신교 첫 선교사였던 알렌은 그가 도착한 해인 1884년 12월 26일자 일기에서 한국에서 지낸 첫 번째 성탄절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어제는 성탄절이었다. 파니(Fannie)는 나에게 성탄 선물로 멋진 수놓은 공단 모자와 비단 케이스에 넣은 공단 넥타이 두 개를 주었다. 모두 그녀 손수 만들어 간직하고 있던 것이었다. 나는 그녀를 위해서 일본 요코하마에 멋진 실크 실내복 한 벌을 15달러에 샀지만 많은 외국 우편물들과 함께 선물할 것들을 이번 정변(갑신정변)이 발생했을 때 잃어버렸다. 우리는 민영익을 잘 치료해준 대가로 이번 주에 조선 국왕으로부터 멋진 선물을 받았다."({Allen's Diary}, Dec. 26, 1884) 이 때 그가 조선 국왕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비단 자수 병풍과 고려자기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민영익의 치료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고 성탄 선물로 보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서 성탄절은 선교사 가족 차원에서 기념되었을 뿐이다. 1885년에 한국에 파송되어 온 언더우드 선교사도 초기에는 자신의 집에 외국인들을 초대하여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정도였던 것 같다. 그의 부인이 쓴 그의 전기에 "언더우드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의 저녁 식사를 대접한 것은 1886년 크리스마스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후 그는 한국에 있는 동안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는 반드시 자기 집에서 하고 항상 모든 사람에게 해마다 참석해달라고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L. H. Underwood, {Underwood of Korea}, 1918, 64-65쪽) 그러면 한국인 신자들까지 참여한 성탄절 행사는 언제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을까? 감리교 선교사로 파송되어 평양지역에서 사역하던 노블(M. W. Noble) 부인은 1896년 그 지역 감리교인들의 성탄절 행사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성탄과 새해가 다가왔다가 지나갔다. 나는 성탄 전야(前夜)에 부인들을 우리 집에 초대했는데 부인 30여명이 그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우리는 기도하고 노래하고 성탄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서 과자와 사탕, 밤으로 그들을 대접했다. 성탄절 아침 우리는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렸다. 한국인들은 밑둥치까지 그대로 둔 장식하지 않은 나무를 하나 마련했는데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두 방이 사람들로 가득 차 바닥에 앉기도 하고 뒤에서는 서기도 하여 할 수 있는 한 앞으로 오려고 했다. 우리 작은 예배당에 약 200명가량이 왔다. 아더(Rev. W. Arthur Noble)씨가 성탄절 설교를 한 후, 김창식씨 부인이 이야기하고 나서 재빨리 선물을 나누어주었다. 그들은 그 때까지는 상당히 질서를 지켰다. 그들은 그날 아침 상당히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아더씨의 한국어 구사도 상당히 자유로운 것 같았다."(M. W. Noble, {The Journals}, Jan. 2, 1897) 성탄절에 예배당에 모여 성탄축하 예배를 드리고 선물을 나누어주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때는 다른 때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이 모여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때쯤에는 한국인 신자들도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해서 알고 준비했던 것 같다. 해가 거듭되고 한국인 신자들이 증가하면서 성탄절 행사도 보다 성대하게 거행되었던 것 같다. [대한크리스도인 회보]는 1897년 12월 정동예배당의 성탄절 광경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이십 오일, 이날은 우리 구세주의 탄신이라 오전 열시에 교중 형제와 자매들이 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새 회당에 모여서 찬미 기도하고 아펜젤러 목사가 십년전에 전도한 논설을 다시 읽어 들리는데 그 분명한 말씀과 정령한 언론이 이치에 합당하고 추호도 차착(差錯; 어긋남)이 없어 듣는 이가 다 귀를 기울이며 기이히 여기더라. 그 후에 교우 노병선 씨가 논설하되 구세주의 탄신이 세계상에 제일 큰 명일이 되는 것은 구세주께서 만국만민의 죄를 대속하사 믿는 자로 하여금 영생을 얻게 하심이라 하고 각기 일심으로 하나님의 은덕을 찬송하고 열 두시나 되어서 파하니라. 오후에 전날 연보(捐補; 헌금)한 돈으로 남녀 교우 중 빈한한 사람과 병든 이들을 차등이 있게 분배하여 구제하고 저녁 일곱 시에 학원(학생)들이 배재학당 회당 앞에 등불 수백 개를 켰는데 그 중에 제일 큰 십자등 한 개를 만들어 금자(金字)로 광조동방(光照東邦; 빛이 동쪽 나라에 비치다) 네 글자를 써서 공중에 높이 들고 아이들에게 실과를 주어 기쁜 날을 표하니라."([대한크리스도인회보], 1897. 12. 29)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성탄 축하예배 후의 행사이다. 즉 전날에 거둔 헌금으로 교우 중 가난한 사람과 병든 사람들을 구제하고, 저녁에는 배제학당 학생들이 수백 개의 등불을 준비하여 회당 앞에 걸었으며, 그 중 가장 큰 십자등에 우리 나라에 복음의 빛이 비쳤다고 글로 써서 높이 걸어 두었다는 것이다. 이 등불과 십자등은 분명히 선교사의 아이디어는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삼국시대부터 전통적으로 정월이나 석가 탄신일인 4월 초파일에는 절에 찾아가 등을 달아두는 연등의 풍속이 있었다. 이 연등은 등공양(燈供養)이라 하여 향공양(香供養)과 함께 불교에서 중요시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예수께서 강생하신 성탄일은 불교의 부처가 태어난 석탄일과 자연스럽게 유비되었을 것이고, 석탄일에 불교도들이 연등을 하여 석가의 탄신을 축하하고 알리듯이, 당시 한국인 기독교인들은 성탄절에 등을 준비하여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알렸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 이듬해 각 지역의 성탄절 행사에서도 확인된다. 다음은 1898년 12월 성탄절 광경에 대한 같은 신문의 기록이다. "기쁘다. 우리 주 예수씨의 탄신이여. 강생하신 이때를 당하여 경향(京鄕) 각처에 구세주를 믿는 형제들이 회당마다 모여 등불을 달며, 찬미를 노래하여 기쁘게 경축할 새 제물포교회에는 조목사 내외분이 다 편치 못하므로 회당에 참예치 못하였으나, 대한(大韓) 교우들이 모여 전과 같이 등불을 달아 경축하였다 하고, 새문안예배당에도 장로교 교우들이 모여 구세(救世) 교회의 적십자기와 대한 국기(태극기)를 달고 등불을 밝혀 경축하는 예식을 행하였고, 천주교 교인들도 종현회당(명동성당)과 약현회당(약현성당)에 등불을 굉장하게 달았으니 우리 생각에는 대한 천지에도 성탄일에 기념하는 정성과 경축하는 풍속이 점점 흥왕할 줄로 믿노라. 금년에는 성탄일이 마침 주일을 당한 고로 정동회당에서는 특별히 24일 밤에 형제와 자매들이 일제히 모여 구세주의 탄일을 경축할 새 회당 종집(종각) 위에 등불을 가득히 달아 놓고 문표(티켓)와 예식을 만들어 절차 있게 행하였는데 찬미가 제십육장(기쁘다 우리 주 오니)을 노래하고 여교우 한 분이 기도한 후에 형제 노병선 씨가 누가복음 이장 일절로 이십절까지 보고 그 후에 찬미가 이십 오장(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노래하고 형제 양홍묵 씨가 교회 권면하는 뜻을 영어로 말씀하고, 그 후에 찬미가 팔십 구장(유태국에 나신 구주)을 노래하고 형제 송은용 씨는 대한말(우리 말)로 권설(勸說; 권유 연설)하되 태서 각국에서 구세주 탄일을 당하여 경축하는데 각각 그 나라 풍속의 이상함을 말씀하고 그 후에 배재학당 학생들만 찬미가(동정녀에게 탄생하심)를 특별히 영어로 노래하고 형제 이무영 씨는 구세주의 오심이 우리에게 어떻게 유익됨과 우리가 불가불 그 은혜를 감사하며 기뻐할 일로 간략히 권설하고 그 후에 이화학당 여학도들만 찬미가를 영어로 노래하고 예물로 분급하는(나누어 주는) 실과봉(과일 봉지)을 회중에게 나누어 줄새 먼저 아이들로부터 문표를 적간하여 차례로 나누어주고 방청하시는 손님들에게는 과봉(과일 봉지)이 부족한 고로 각각 주지 못하였으나 다만 왜귤 한 개라도 고르게 분급(分給)한 후에 일제히 찬미가 제일장을 노래하고 마친지라 이 때에 남녀 중 모인 사람들이 합 육 칠백 명이 되는데 모두 기뿐 마음으로 구세주 나심을 목도(目睹)하고 만남같이 알더라."([대한크리스도인회보], 1898. 12. 28) 여기서는 성탄절에 한국인 교인들이 붉은 십자기와 태극기를 내걸고 각기 등불을 달아 이날을 기념하였던 것이다. 다음 기록들은 1898년 12월 인천·강화·부평 지역 교회의 성탄일 경축 광경을 전하는 것으로 등불의 개수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즉 당시의 한국인 교인들이 모두 하나씩 등불을 준비하여 내걸었던 것 같다. "인천 담방리교회 성탄일 경축 성탄일에 인천 담방리교회에서 남녀 교우들이 열심으로 연보한 돈이 사원 오십 전인데 처음으로 십자기를 세우고 등 삼십 육개를 십자로 달고 회당문 위에 태극기를 세웠으며 남녀 교우 합 오십 사인이 모였는데 전도 듣는 사람은 이백여명이오 속장 이근방씨가 기도하고 권사 복정채씨가 목사 조원시씨를 대신하여 누가복음 이장 일절로 이십절까지 읽고 애찬을 베풀며 하나님 성자께서 이 세상에 오신 뜻을 연설하는데 남녀 교우와 구경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듣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더라." "강화 교항동교회 성탄일 경축 성탄일 경축에 형제가 삼십 오인이오 자매가 삼십 칠인이데 본토 전도 선생 김상림씨가 마태복음 이장 일절로 십 이절까지 보니 애찬예를 베풀며 저녁 예배에 태극등 삼십 칠개를 달고 형제 자매와 외인까지 육 칠십명이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찬송하였더라." "부평 굴재회당에서 성탄일 경축 구주님 탄일에 등불 이백 오십개를 전후 좌우에 달고 십자기와 태극기를 세우고 청송(靑松) 홍예문을 세우고 방포 삼성후에 좌우에서 지포를 일시에 놓고 성기전을 올리며 교인 남녀 오십 이명이 모이매 사간(四間) 회당에 꽉 차고 팔십 구 찬미를 노래하고 회중 속장 이영순씨가 누가복음 일장 이십 육절부터 삼십 팔절까지 논설하고 모든 교우들이 기쁜 마음으로 천부전(天父前)에 기도하옵고 영광을 하나님께로 돌려보내며 성신을 받은 마음으로 간증하며 기쁜 마음으로 찬미할 새 근처 여러 동네 사람들이 남녀 노소 없이 구경하여 회당 문이 다 상하도록 들어오며 하는 말이 우리도 돌아오는 주일부터 다 예수를 믿겠다 하고 우리가 예전에는 구세 교회가 이렇게 옳은 줄을 몰랐더니 이제 본즉 좋은 일이로다 하고 모든 교우들이 일심으로 하나님께로 영화를 돌리더라."([대한크리스도인회보], 1899. 1. 4) 이러한 성탄 연등은 한국인 신자들이 성탄절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축하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한국인 신자들의 행동은 선교사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당시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던 호주 장로교 소속 왕길지 선교사는 1900년 12월 부산진교회의 성탄절 광경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오늘 하루는 무척 즐거웠다. 아침에 많은 선물을 주었는데 특히 어린이들에게 주었다. 선교부 뜰은 태극기, 영국기, 초롱(등불) 그리고 푸른 사철나무 잎으로 장식되었다. 아침 날씨가 어떤지 내다보는 데, 나는 두 개의 태극기가 우리 한식 교회 건물위에 나부끼고, 앞 마당에 초롱이 작대기에 묶여 한 줄로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교회 건물은 오늘 아침 모인 사람들을 받아들이기에는 무척 좁았다...몇몇 아이들과 처녀들은 색동옷으로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었다. 젊은 남자들 중 몇몇은 긴 자주색 비단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아주 가난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노인들은 흰 비단옷을 입었다. 모두가 가장 좋은 옷들, 정장과 치마를 입고 있었다. 이는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를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표이다. 예배는 짧게 드렸으나 아주 좋았다. ... 예배 후에 가장 열심히 주일학교에 출석한 소년 소녀들에게 상을 주었다. 나이가 좀더 많은 아이들에게는 최근에 완성된 한글판 신약성경을 주었다. ... 아주 어린아이들은 석판과 종이 껍질이 입혀진 석필을 주었는데 매우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후에 여성들이 선물봉지를 나누어주었는데 거기에는 땅콩, 일본사탕, 일본과자 두 개, 오렌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출석한 모든 사람들이 한 봉지씩 받았다. ... 저녁에 선교부와 교회 앞 마당에 등불을 켰다. 소년들이 초롱불빛 아래 모여 선생님들과 몇 명의 다른 남자들의 지도 아래 몇 가지 놀이를 하였다. 이 등불은 사람들에게 오늘 우리 기독교인들이 중요한 하루를 보냈음을 보여준다."({왕길지 목사의 선교 발자취}, 수안교회, 1991, 45-47쪽) 한국인 신자들은 태극기와 영국기를 내걸고 등불을 연이어 달아 성탄을 알리며, 비단 두루마기와 색동옷 등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고 '그리스도의 탄생일' 진지하게 축하였던 것이다. 그후 해마다 성탄일에는 기념 장식을 하고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였으며 기념 예배를 드리고 저녁 시간에는 특별행사를 갖기도 하였다. 다음은 정동교회와 연동교회의 1907년 성탄절에 대한 기사다. "구주 성탄일에 정동교회에서는 홍응섭 씨와 송설당 최씨께서 백미 각 일석을 연조하고 교회에서 백미 삼석을 연조하여 두 되씩 무명 주머니에 넣어 빈한한 사람 일백 삼인을 구제하였고, 연조금은 칠십여환이오 크리스머스 튜리(誕日樹) 장식과 예배당 안에 장식한 경비가 오십여환이더라. 연동교회에서는 성탄일 밤 칠점종(7시)에 연동 리(Lee) 목사가 와서 예수의 행적을 환등(幻燈)으로 설명하고 긔(Gale) 목사의 영양(令孃; 딸)은 특별히 남녀 소학교 학도들을 위하여 크리스마스 튜리를 세우고 그 나무 가지마다 과자봉을 걸고 예식을 필한 후에 학도들이 호수 차례대로 나아와서 예물을 받아 가졌고 서울 각 교회에서 각각 다 기쁜 마음으로 성황(盛況)을 드렸더라."([예수교신보], 1907. 12. 25) 그러나 1910년 일제에게 강점을 당하면서 더 이상 태극기도 걸 수 없어 일장기와 만국기가 태극기를 대신하여 내걸렸고, 성탄절 연등 풍속도 점차 사라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지만 구제 활동은 활발히 이어졌으며 성탄 축하 연극 등이 이 준비되어 공연되기도 하였다. [대한 크리스도인회보]가 더 이상 '대한'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리스도회보]로 제호를 바꾼 것도 일제의 간섭때문이었다. 이 신문은 1912년 12월 성탄일 광경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성탄일 경축, 본월 25일 구주 성탄일에 경향 각처 예배당에서 일반 교우가 다 기쁜 마음으로 경축 예식을 거행하였더라. 정동교회의 성황, 경성 정동 미감리회 제일회당에서 금번 구주성탄일을 기념키 위하여 일반교우가 각기 힘대로 연보한 경축비가 1백 20여원에 달한 바 당일에 성대한 예식을 설행(設行)하고 남은 돈으로 백미(白米)를 많이 무(貿; 사들여)하여 빈한한 교우들을 구휼(救恤)하였다더라."([그리스도회보], 1912. 12. 30) 이와 같은 성탄절 구제 미풍은 지금까지도 한국교회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admin